중학교 3학년. 점수라는 기준에 떠밀려 헤어 롤을 집어 들었다. 거친 질감이 손끝에 의해 하나의 형상으로 귀결되는 창조의 과정에서 본질에 매료되었다.
단 2년이었다. 기계적 공정 속에서 직업의 사명감은 생존 유지라는 관성으로 풍화되었다. 수동적 일상을 멈추는 의도된 고립을 택했다. 일체의 기반을 버리고, 월세 8평 반지하로 침잠했다.
눅눅한 고립 지대는 도피처가 아니었다.
사유를 정제하는 빈방이었다.
팬데믹이라는 피할 수 없는 단절이 당도해서야 내면의 주파수를 거울처럼 응시할 시공간이 열렸다. 타인들이 맹목적으로 방향을 추종할 때, 선과 여백의 아키텍처를 살피며 노동의 과정 위에 인문학의 밀도를 조용히 덧씌웠다.
기술은 부차적인 표상이다. 오직 태도와 흔들림 없는 관점이 모든 것임을 통찰했다. 그 결의가 이 기록으로 남는다.